“나에게 집이란, 포기와 동의어였다”
서른을 넘기고도 월세 고지서를 들고 우두커니 서 있던 날이 있다. 매달 꼬박꼬박 빠져나가는 돈, 그 많던 내 시간과 노동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게 허공에 흩어졌다. 서울에 산다는 자부심은커녕, ‘나는 과연 평생 내 집 한 채를 가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자꾸만 목을 조였다.
그런 내가 처음으로 희망이란 단어를 다시 꺼내 본 건 얼마 전이었다. ‘지분정립형 모기지’라는 낯선 개념을 접하고 나서였다.
“2억으로 10억짜리 집?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고금리, 고분양가, 끝없이 치솟는 수도권 집값. 지금껏 내가 알아본 대출 방식 중엔 단 하나도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게 없었다. 그런데 ‘지분을 나눈다’는 방식은 달랐다. 정부가 주택의 40%를 함께 사주고, 나는 나머지만 마련하면 된다는 구조.
예컨대 10억짜리 아파트를 1.8억의 자산과 4.2억 대출로 시작할 수 있다니—이게 진짜라면, 드디어 입구가 보이는 느낌이었다.
공공이 소유한 지분에 대해서는 비교적 낮은 ‘지분 임대료’를 내고, 그 덕에 매달 내야 할 금액도 크게 줄어든다고 했다. 물론 완전한 내 집은 아니지만, 적어도 ‘집값 0%’인 지금의 나에겐, 60%의 집도 기적 같은 숫자였다.
“우리가 포기한 동안, 시장은 더 멀어지고 있었다”
한 달 사이에 2만 명이 청약통장을 해지했다고 한다. 한때 내게도 소중하던 그 통장, 이제는 그냥 장롱 속 종이조각이 되어버렸다. 청약은커녕, 무순위 줍줍조차 넘사벽이 된 요즘,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이라는 말을 들으면 피로부터 느낀다고 했다. 나도 그 중 하나였다.
하지만 시장은 생각보다 빠르게 바뀌고 있었다. 서울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매매지수가 하락했고, 강남조차 조정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뉴스가 이어졌다. 그 와중에 정부가 준비 중이라는 ‘지분정립형 모기지 로드맵’은 마치 소음 속의 구조 신호 같았다.
“내가 선택한 건, 다시 꿈꾸는 일이었다”
흑석자이처럼, 입주하고도 제대로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단지 이야기를 들을 때면 불안감이 엄습한다. 하지만 그보다 무서운 건,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 나 자신이었다.
내가 가진 것은 적지만, 이 제도는 그 적음을 전제로 설계되었다. 적은 돈으로 시작하고, 천천히 지분을 늘려가며, 언젠가는 진짜 ‘내 집’을 완성할 수 있는 방식. 이건 단순한 금융 정책이 아니라, 수많은 무주택자들에게 보내는 손길 같았다.
🌱 “기회의 입구는 작지만, 그 문을 여는 건 나 자신이다”
초기 비용을 줄이는 것—지금의 부동산 시장에서 그것은 곧 생존의 기술이자, 전략이다. 지분정립형 모기지, 분양가 상한제 부활 가능성, 정책의 변화는 무주택자에게 기회일 수 있다. 물론 아직 구체적인 로드맵은 다음 달에 발표될 예정이고, 모든 것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확실한 건 하나다. 나는 처음으로 집을 가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느꼈고, 다시 그 가능성에 기대어 꿈꾸기로 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는 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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