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부: 어디까지가 정상일까?
요즘 내 유튜브 피드엔 부동산 하락, 미분양 대란, 그리고 건설 경기 위축에 관한 영상들이 하루도 빠짐없이 뜬다.
반면 뉴스에서는 '50조 공공 발주 계획', '서울 오피스 공실률 하락', 'SH·LH 신규 프로젝트 착수' 같은 말들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도대체 뭐가 진짜인 거지?"
나는 건설업계 종사자는 아니지만, 업무상 산업 데이터를 자주 마주하고, 도시의 변화를 예민하게 감지하는 사람이다.
그런 나조차 2025년 1분기와 2분기의 건설·부동산 시장을 두고는 혼란스러웠다.
한쪽에선 활황의 조짐, 다른 쪽에선 구조의 붕괴.
그 경계에서 나는 이 산업을 다시 바라보게 됐다.
1. 겉으론 '호황'처럼 보이는 이유
2025년 초, 국토부와 LH는 1,200건, 총 50조 원 규모의 공공공사 발주 계획을 발표했다.
이 수치는 분명 눈에 띄는 기회였다. 전국 각지에서 공공주택, 병원, 물류센터, 복합시설 같은 다양한 프로젝트가 본격화됐고, 기술형 입찰과 CM(건설사업관리) 확대로 관련 시장은 한껏 기대에 부풀었다.
서울 마곡에선 국내 최초 PC공법 공공아파트가 착수됐고, 용산에선 고층 복합시설 설계공모가 뜨거운 경쟁을 유발했다.
마치 "건설은 여전히 살아있다"고 말하는 듯했다.
그리고 정말 살아있었다. 오피스 시장도 회복 중이었다.
서울의 프라임 오피스 공실률은 2.4%까지 떨어졌고, 여의도·강남·도심 모두가 다시 사람들로 채워졌다.
데이터센터와 물류창고 같은 대체 자산도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호재는 "공공 중심 + 대도시 중심"이라는 전제 하에서만 유효했다.
2. 지방은 지금 조용히 무너지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이 다시 뜨거워지는 사이, 지방은 조용히 가라앉고 있었다.
2025년 2월 기준, 준공 후 미분양 주택 2.3만 호. 이 수치는 단순한 부동산 데이터가 아니라 지역 경제의 생존율을 말해주는 경고음이다.
정부의 미분양 매입확약 제도는 수도권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었고, 지방에선 적용조차 되지 않는 곳이 많았다.
건설사는 사업을 철회하고, 설계사는 낙선에 따른 무보상 구조로 빠지고, 주민들은 '언제 완공될지 모르는 단지' 옆에서 하루를 시작한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이 뉴스 헤드라인에 오르지 않는다.
지방은 통계로만 존재하고, 서울은 정책으로만 논의된다.
3. 민간의 침묵 — ‘수익성’이 사라진 시장
한 가지 더.
민간사업이 사실상 멈췄다.
LH의 민참사업(공공지원 민간임대)은 올해 초 전 사업지에서 단독 응찰로 종료되었고, 일부는 아예 협상 자체를 포기했다.
왜?
수익이 안 나니까.
자재비는 30% 넘게 올랐고, 인건비는 더 가파르게 뛰고 있다.
심지어 일부 사업에선 분양이 되더라도 손해를 보는 구조였다.
이쯤 되면 묻게 된다.
“지금 이 시장에서, 민간이 뛰어들 이유가 있긴 할까?”
실제로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시장도 위축됐다.
은행은 보수적으로 돌아섰고, 민간 디벨로퍼는 안전자산 중심으로 전략을 바꿨다.
건설은 여전히 움직이고 있지만, 그것은 대부분 '정부 주도'의 이야기다.
4. 그래도, 도시를 설계하는 사람들
이쯤 되면 비관론이 지배할 법도 하다.
하지만 건설이 멈췄다고 해서, 도시의 미래가 멈춘 건 아니다.
나는 요즘 복합단지 계획안, 병원+문화시설 제안서, PC공법 관련 보고서를 보며
한 가지를 확신하게 됐다.
"변화는, 언제나 지금의 이음새에서 시작된다."
민간이 빠지면 공공이 주도하고, 수도권이 포화되면 지방이 다시 주목받는다.
기술은 느리게 채택되지만, 한 번 흐름을 타면 생각보다 빠르게 시장을 바꾼다.
결론: 지금은 ‘기다림’이 아니라 ‘구조’를 보는 시간
2025년은 기다림의 해가 아니다.
‘될까 말까’를 기다리기보다, 지금의 구조를 해석하고, 다음 수를 읽는 해다.
나는 이제 묻지 않는다.
"이 시장은 살아있는가?" 대신, 이렇게 묻는다.
“이 시장은 어디로 움직이고 있는가?”
건설 현장은 멈추지 않는다.
그건 도시를 짓는 일이기도 하지만,
우리 모두의 삶의 구조를 새롭게 설계하는 일이기도 하니까.
“지금의 침묵은, 다음 설계를 위한 여백일지도 모른다.”
그 문장을 오늘은 당신에게 전하고 싶다.
그리고 우리가 바라보는 도시는 아직, 공사 중이다.
'잡학 부동산 지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반포 미도1차 아파트 재건축 정비사업 (9) | 2025.06.26 |
---|---|
⚠️ 2025년 7월부터 스트레스 DSR 3단계 시행! 대출 얼마나 줄어드나? (2) | 2025.06.04 |
💹2025년 경제·부동산 시장 동향 정리: 엔비디아, 테슬라, 그리고 검단 아파트까지 (5) | 2025.05.20 |
💣 무디스 미국 신용등급 강등! 부동산·금융시장에 몰아칠 충격파 (부동산 경제 흐름 읽기 SUMMARY ver.0519) (9) | 2025.05.19 |
부동산 경제 흐름 읽기 SUMMARY ver.0517 (6) | 2025.05.17 |